출장으로 부산에 갔다가 시간이 나서 태종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거의 정보도 없이 택시를 타고 간 터라 입구에서 유람선 표를 팔길래 얼떨결에 샀고 아래 보이는 미니버스를 타고 바로 유람선을 타러 갔습니다.
표값은 11,000원이네요. 대략 배를 타는 시간이 35분 정도라고 했던 것 같아요. 잠깐 타고 돌아올 줄 알았더니 꽤 시간이 되는군요.
유람선을 타는 곳은 자갈마당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바닷가 전부가 자갈로 되어 있었습니다.
바다 앞에는 해녀분들이 파는 해산물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위에서는 잘 안 보이던 배가 조금 내려가니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운행 중인 배는 총 세 척이 있는데 2층으로 된 배가 둘, 그리고 제가 탄 1층 배가 하나였어요. 2층으로 된 배를 탔으면 더 좋았으려나?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습니다. 선장님이 2층 배는 내년에 퇴역이라 이 배가 더 안전하다고 방송을 하셨지만 별로 위로가 되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배를 타러 갑니다. 사진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파도가 꽤 치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살짝 걱정도 했는데 해안가를 많이 벗어나지 않아서 다른 유람선들에 비해 안전하다고는 하더라고요.
안에 들어가 보니 중간에 천정이 뚫려 있던데 왜 이런 구조인지는 모르겠네요.
가면서 이런저런 사진들도 찍어봤습니다. 원래 맑은 날은 대마도도 보이는 것 같은데 이 날은 황사인지 안개인지 좀 뿌연 날이라서 먼 곳까지 보이진 않았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와서는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태종대에는 무인매점들이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이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겠죠?
매점 앞에는 전망대처럼 바다를 볼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산책길로 올라가보니 원래 유람선에 대한 안내가 있었네요. 경로도 나와 있고.. 안내 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별로 집중하지 않아서 대부분 놓쳤는데 이걸 보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다시 알았습니다.
제 위치가 아래 지도에서 3번이었는데 광장 쪽으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바로 구명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 미리 알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올라가다 보니 뒤에서 다누비 트레인이 올라오네요. 일종의 셔틀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광장에서 탈 수 있는 거였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걸을만하다 느꼈죠.
걷기 시작한 후 첫 목적지인 남항조망지입니다. 큰 배들이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태종대에도 고양이들이 꽤 살고 있나 봐요. 걷다가 여러 녀석들과 마주쳤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이곳에서 오래 있었던 것 같네요.
바닥에 있는 거리 표시판을 보고 나서야 이게 만만한 코스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냥 평지면 조금 더 편했을 텐데 오르만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또 구경하러 바닷가 근처로 내려가는 곳들도 있고 하거든요. 그래도 운동삼아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드디어 태종대 전망대가 보이네요. 저기엔 먹거리도 있겠죠? 잠깐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긴 코스에 식사 때를 한참 놓쳤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하고서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는데 다누비 트레인이 원래는 전망대나 기타 정류장에서도 표를 살 수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광장에서만 표를 구매해서 탈 수 있었던 거예요. 이때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셔틀을 타고 이동하고 싶었는데 별수 없이 걸어서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힘든 건 힘든 거고 매점이 있어서 들어갔어요. 분식을 파는 곳도 있고 한층 아래에는 카페도 있더라고요. 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망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식사 테이블 자리마저 경치가 좋았습니다.
떡볶이는 6천원인데 김말이와 만두, 계란까지 들어있고 푸짐해요. 한 끼 식사로 든든합니다.
앞에 바로 보이는 섬의 이름은 생도(주전자섬)입니다. 유람선으로 지나갈 때도 봤는데 오히려 전망대에서 보는 게 더 여유 있고 잘 보이네요.
앞으로 2km나 남았으니 갈 길이 머네요.
200m 앞에 등대가 있습니다. 이곳에 올 때 탔던 택시의 기사님도 태종대에서 등대가 있는 곳을 다녀오지 않으면 제대로 구경한 게 아니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서 이미 지쳤지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내려가는 계단을 바라보니 이미 아찔하네요.
이곳의 정식 명칭은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인데 이곳은 개방 시간이 따로 있으니 참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예전 선장님들 흉상이 있던데 장소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요.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도 있고 우리나라 선사에 이바지하신 많은 분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영도등대가 내려다 보이네요. 하지만 아직 한참 내려가야 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조금 힘든 코스일 수도 있겠어요.
사실 등대는 크게 볼거리는 없는데 등대를 지나서 마지막까지 가면 바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가 나와요. 그리고 그 카페로 가는 길이 조금 특이하고 멋지더라고요. 등대전망대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여기가 전망대인 것 같네요.
여기를 해안단구라고 하던데 돌들이 멋집니다. 전부 오랜 세월 동안 파도가 깎아내 만든 작품이죠.
이제 거의 다 왔네요. 라이트하우스 카페(등대카페)입니다. 저는 못 봤지만 서울촌놈이라는 프로에서 차태현과 이승기가 방문했던 곳인가 봐요.
좁은 길을 통과해서 나가면~
드디어 카페가 보입니다.
실내는 넓진 않았지만 아늑하고 풍경이 너무 멋진 곳이었어요. 약간 세상의 끝 풍경인 느낌이랄까요?
메뉴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지 이승기와 차태현이 먹었다는 구스토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블루베리 요거트 맛으로 선택했어요.
내려올 때는 좋았지만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힘드네요. 하지만 내려올 때는 못 본 풍경이 또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태종대의 유례를 포토존에 와서야 알았어요. 신라 제 29대 태종 무열왕이 삼국통일 후 활을 쏘며 즐겼던 곳이라네요.
포토존을 지나 더 들어가면 영도 유격부대 전적지 비가 있습니다. 625 당시 북한으로 넘어가 유격활동을 했던 부대인데 한참 활동을 하던 중에 평화회담이 진행되면서 모든 지원이 끊겨서 가까스로 탈출한 26명을 제외하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해요. 참 슬픈 역사입니다.
숲길도 좋아 보이고 기념비에 가서 묵념이라도 하고 싶어서 좀 돌아갈 수 있었지만 들어가 봤습니다.
숲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딴짓을 하다 놓칠 뻔했어요. 올라가서 잠시 묵념을 하고 왔습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지금 우리들이 편하게 살고 있는 거겠죠. 감사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태종사랑 연결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다시 길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종사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대요. 스리랑카에서 우호의 뜻으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종교가 불교인 분들에게는 약간 성지 같은 느낌의 장소겠어요.
이렇게 태종사 입구로 내려오게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태종사까지 보고 나면 볼 건 거의 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진도 안 찍었습니다. 사실 이때쯤에는 땀도 잔뜩 나고 얼른 숙소로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태종대는 부산에 온다면 꼭 한 번 들를만한 곳인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래 걸리는 코스라는 걸 알았다면 옷도 편하게 입고 운동화를 신고 왔을 텐데 고생을 좀 했네요. 다음에는 가족들과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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